최근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수 유출과 관련된 행정처분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해당 제련소의 조업 정지 사태가 본격화됐다. 2019년 경상북도가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 조업 정리 행정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영풍이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 모두 패소하였고, 이제 대법원에서도 최종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 따라 영풍은 총 1개월과 추가로 30일간 조업이 정지된다고 지난 1일 공시했다. 이러한 결정은 국내 아연 생산 및 공급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조업 정지의 장기적 영향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 정지 기간이 끝난 후 가동이 재개되더라도, 정상화 및 고순도 아연괴 생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021년에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조업 정지 10일을 받았을 때도 정상화에 많은 시간이 걸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조업 정지 기간 외에도 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기 위한 준비 기간과 조업 정지 이후 재가동을 위한 시간을 포함할 경우 정상적인 조업이 4개월 정도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국내 아연 시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아연 시장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아연 가격의 상승
이와 같은 조업 정지로 인해 글로벌 아연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연 현물가격이 3개월 선물가격에 비해 비싸게 거래되는 백워데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캐나다의 제련소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인해 해당 공장이 일시 폐쇄되면서 아연 물량의 부족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아연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으며, 영풍 석포제련소의 아연 생산 중단은 글로벌 아연 재고량 감소로 이어져 아연 가격의 변동성을 더욱 확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련수수료(T/C)의 변동성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 정지가 제련수수료(TC)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제련수수료는 정광을 공급하는 광산기업이 제련기업에 정광을 맡길 때 제공하는 제련 마진을 뜻한다. 석포제련소의 가동이 중단되면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광산기업의 입장에서 정광을 판매할 수 있는 대형 제련소가 하나 사라지게 되므로 판매처가 줄어들게 된다. 이는 광산기업의 채굴량 감소와 함께 제련수수료의 변동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아연 공급의 의존도 심화
현재 아연을 생산하는 유일한 국내 업체는 고려아연이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조업 정지로 인해 고려아연에 대한 국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고려아연 역시 적대적 M&A라는 위협에 직면해 있어 경영 및 사업의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근로자들의 불안감이 심화되면서 고려아연의 생산 및 공급 안정성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적대적 M&A가 진행될 경우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진이 회사를 떠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노조의 반발도 심각한 상황이다. 고려아연의 CTO인 이제중 부회장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인수하게 된다면 우리의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이 무너질 것"이라며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병국 고려아연 노조위원장 또한 "영풍·MBK가 고려아연 정문 안으로 들어오는 걸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대책 마련 필요성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고려아연의 아연 생산이 타격을 받을 경우, 국내 산업 생태계가 크게 교란될 뿐만 아니라 공급 대란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아연 산업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결국,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수 유출 사건은 단순히 기업 하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으며, 이는 국내 아연 시장의 불안정성과 산업 전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향후 아연 공급의 불안정성과 산업 경쟁력 저하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긴밀히 협력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